
| 이코노미사이언스 박성현 기자 |
증시에 자금이 폭발적으로 유입되는 가운데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동시에 IMA(종합투자계좌) 인가를 따내며, 금융업의 중심축이 은행에서 초대형 증권사로 이동하는 ‘판도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고객 예탁금을 기업금융에 직접 투입할 수 있는 IMA가 가동되면 증권사의 조달력과 성장 속도는 은행을 압도할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대형 증권사의 전성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21일 금융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10월 은행권 수신은 전월 대비 22조9000억 원 감소한 반면, 자산운용사 수신은 50조6000억 원 증가했다. 증권사 투자자예탁금 또한, 같은 기간 9조 원 늘어나 증시에 대한 대기자금이 크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실적 흐름에서도 증권사의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순이익 합산액은 2016년 5조6735억 원에서 지난해 15조696억 원으로 2.6배 증가했지만, 5대 대형 증권사(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메리츠증권)의 순이익 합산액은 같은 기간 8606억 원에서 4조4741억 원으로 5.2배 늘었다.
특히 올해 3분기 한국투자증권의 누적 순익(1조6761억 원)은 NH농협은행(1조5796억 원)을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금융업 주도권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넘어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주식의 투자 매력이 유지될 것”이라며 내년 코스피 목표치를 5500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금융위원회가 지난 19일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에 IMA 업무 인가를 내리면서 자금 이동 가속화에 강한 동력이 붙었다는 평가다. 증권사의 인수·합병(M&A) 자문과 자금 조달 역할도 크게 확대될 수 있어서다.

IMA는 자기자본 8조 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만 운영할 수 있는 제도다. 증권사가 원금 지급 의무를 지고, 개인·법인의 고객예탁금을 기업금융 관련 자산 등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한다. 구조상 은행의 예·적금 기능과 유사하지만, 기업금융 투자를 통해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장은 “IMA는 금융시장의 축을 은행업에서 증권업으로 옮길 수 있는 상품”이라며 “초대형 증권사의 ‘원금 보장’은 투자자들에게 예금보험공사의 1억 원 보장과 유사한 신뢰를 줄 수 있고, 예금 금리보다 수익률이 조금만 높아도 자금이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12월 IMA 1호 상품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이미 운용그룹 내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총 12명의 전문 인력을 배치했으며, 초기에는 안정형 상품을 우선 제공한 뒤 상품 라인업을 점차 확장할 계획이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IMA 도입은 고객 맞춤형 자산 관리와 안정적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기업금융 활성화와 자본시장 성장이라는 제도 도입 취지에 맞춰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미래에셋증권도 실적배당형 IMA 1호 상품을 통해 배당형과 프로젝트형 상품을 확대하고자 한다. 미래에셋증권 Trading사업부 전경남 사장은 “IMA 도입 취지에 따라 모험자본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해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IMA는 원금 지급이 증권사의 신용으로 이뤄지는 만큼, 글로벌투자전문회사로서 전문적인 리스크 관리 및 운용 역량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신뢰 있는 IMA 상품을 공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