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코노미사이언스 박성현 기자 |
BC카드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KT 계열사에 수백억 원 규모의 신용공여를 단행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영업용 단말기 재고를 담보로 한 이례적 구조일 뿐만 아니라, 그룹 내부 유동성 지원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BC카드는 지난 11월, KT의 통신유통 전문 계열사인 KT엠앤에스에 약 200억 원 규모의 기업구매전용카드 한도를 부여했다. 앞서 48억 원 수준으로 시작된 기존 한도를 네 배 이상 늘린 것으로, 담보는 KT엠앤에스의 영업용 단말기 재고자산(약 400억 원 규모) 절반 수준이다.
KT엠앤에스는 전국 약 4300개 판매점을 관리하며 단말기 재고, 개통, 상담, 도매유통을 총괄한다. 다만, 부채비율이 284.5%, 누적 결손금 1703억 원, 전체 부채 1935억 원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돼 있다. 특히 1년 안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가 1392억 원으로, 단기 상환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대규모 신용공여를 받은 셈이다.
BC카드 측은 “후발주자로서 개선 흐름을 전제로 담보를 확보하고 한도를 설정했다”며 “다른 카드사들도 유사하게 기업구매전용카드를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롯데카드가 홈플러스에 신용공여를 제공한 사례를 거론하며 선례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공여를 단순 내부거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T엠앤에스의 유동성 위기를 그룹 차원에서 간접 지원한 것 아니냐는 우회지원 논란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특히 KT계열사 중 BC카드만이 해당 회사에 대규모 신용공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고, 비상장사인 KT엠앤에스의 정보공시가 제한돼 있어 실제 규모와 구조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도 홈플러스 부실 이슈로 리스크 관리 논란이 있었다”며 “기업구매전용카드는 월 단위로 회수되지만, 특이 자산이 늘어날 경우 신용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카드사가 본연의 소비자금융 영역을 넘어 리스크 성격이 다른 자산을 확대할 경우, 등급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 도 “부분 자본잠식 상태의 계열사에 또 다른 계열사가 수백억 원 신용공여를 한 것은 단순 내부거래로 보기 어렵다”며 “사실상 그룹 차원의 우회적 유동성 지원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