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ULM으로 획득한 쥐 뇌 모세혈관 영상(위)과 개발된 ULM-Lite 기법으로 획득한 모세혈관 영상(사진 제공=DGIST)
기존 ULM으로 획득한 쥐 뇌 모세혈관 영상(위)과 개발된 ULM-Lite 기법으로 획득한 모세혈관 영상(사진 제공=DGIST)

| 이코노미사이언스 신지원 기자 |

DGIST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유재석 교수·뇌과학과 현정호 교수 연구팀이 초음파로 혈관을 관찰하는 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고 18일 밝혔다. 연구팀은 초음파 기반 초해상 영상 기술인 ‘초음파 국소화 현미경(ULM)’의 효율성을 크게 높인 ‘ULM-Lite’를 개발해, 적은 데이터로도 미세혈관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병원에서 흔히 사용하는 초음파는 인체 내부 장기의 형태나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머리카락보다 얇은 미세혈관을 구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 ‘ULM(초음파 국소화 현미경)’이다. 혈액 속에 있는 초음파 조영제(마이크로버블)를 따라가며, 그 움직임을 일일이 추적해 미세혈관의 구조를 초고해상도로 재구성하는 기술이다. 그 점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궤적을 분석하면, 기존 초음파로는 전혀 보이지 않던 머리카락 굵기의 수십 분의 1 수준의 혈관 지도를 그릴 수 있다.

문제는 이 기술이 너무 무겁다는 것이다. ULM은 매우 빠른 속도로 수천 장의 초음파 영상을 촬영하고, 그 안에서 수많은 마이크로버블이 움직이는 신호를 하나하나 찾아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초당 수 기가바이트(GB) 수준의 데이터가 쏟아진다. 마치 영화 한 편을 프레임 하나하나 손으로 그려서 만드는 것과 같다. 결과물은 매우 정교하지만 시간과 자원이 너무 많이 드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기존의 ULM은 장시간 실험이나, 즉시 결과를 확인해야 하는 실제 의료 현장에는 적용이 어려웠다.

유재석·현정호 교수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음파 신호 중 핵심 정보만 남기고 불필요한 데이터를 과감히 줄이는 새로운 분석 방식을 고안했다. 연구팀은 신호의 ‘유효 대역폭’을 약 67%로 줄이고, 혈관의 구조를 그리는 데 꼭 필요한 정보만 효율적으로 추출하는 ‘ULM-Lite’ 방식을 고안했다. 그 결과, 데이터 용량은 줄었지만 영상의 선명도는 거의 변함이 없었고, 처리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기존 초음파 장비를 그대로 쓰면서도 데이터를 크게 줄였다는 점이다. ‘ULM Lite’는 초음파 신호 중 꼭 필요한 정보만 남겨 데이터량을 약 3분의 1로 줄였지만, 화질은 기존과 거의 같다. 별도 장비 교체 없이 적용할 수 있고, 영상 처리 속도도 약 30% 빨라졌다. 또 수술이나 형광물질 없이 비침습적으로 뇌 전체를 선명하게 볼 수 있어, 뇌 연구와 질환 진단의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뇌의 자극 치료와 행동 변화 관찰을 위한 도구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

(왼쪽부터) 유재석 교수, 성효진 · 정진환 박사과정생, 현정호 교수(사진 제공=DGIST)
(왼쪽부터) 유재석 교수, 성효진 · 정진환 박사과정생, 현정호 교수(사진 제공=DGIST)

유재석 교수는 “본 기술을 활용하여 개발 중인 비침습 초음파 뇌자극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각종 다양한 뇌질환 진단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효진·정진환 박사과정생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의료 초음파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Ultrasonic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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